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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세관단속국, ICE 휘장

미국 전역의 ICE(이민세관단속국) 이민자 구금시설에서 수감자들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혈압약이 중단되거나 암 치료가 지연되고, 심지어 응급 상황에서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연방 법원에 제출된 소송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AP통신과 KFF Health News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최소 33개 주에서 수백 명의 이민자들이 연방 소송을 통해 의료 방치를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금자들은 고혈압, 당뇨병, 우울증, 간질, 파킨슨병, HIV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약을 제때 받지 못했거나 아예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감염이 악화되거나 발작을 일으켰고, 암 치료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이후 급증한 이민자 구금 규모와 맞물려 진행됐다. 올해 1월 기준 ICE에 구금된 이민자는 7만5천 명 이상으로, 1년 전 약 4만 명 수준에서 크게 증가했다.

실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뉴멕시코의 한 구금시설에 수감됐던 알바니아 출신 남성은 치통이 너무 심해 스스로 이를 뽑았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에 구금된 온두라스 출신 여성은 혈압약을 받지 못한 뒤 심장 문제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버몬트의 한 시설에 수감됐던 베네수엘라 남성은 박테리아 감염 증상이 악화됐지만 예정된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의료 방치 문제는 일반 구금시설뿐 아니라 임시 시설과 지방 교도소 등 ICE가 활용하는 광범위한 시설에서 제기되고 있고 일부 시설은 ‘앨리게이터 알카트라즈(Alligator Alcatraz)’ 같은 별칭으로도 불려지고 있다.

의료 서비스 악화와 함께 사망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의학저널 JAMA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현재 ICE 구금시설 내 사망률은 최근 2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토안보부(DHS)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구금 중 사망한 구금자가 51명 발생했다고 밝혔고 특히 자살 사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토안보부는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국토안보부 의료책임자 숀 콘리는 “구금자가 ICE 시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적절하고 시기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정책이자 오랜 관행”이라며 “많은 구금자들이 평생 받아본 것보다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 교도소 운영업체들 역시 모든 의료 서비스가 ICE 기준에 따라 제공되고 있으며, 일부 사례는 사실과 다르거나 구금자 본인의 책임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변호사들과 인권단체들은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구금자들은 시설 간 반복적인 이송 과정에서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콜로라도에서 와이오밍으로 이송된 엘살바도르 출신 여성은 HIV 약을 일주일 동안 복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텍사스에 구금됐던 러시아 출신 남성은 담석 수술 상담 예약이 잡혀 있었지만 다른 시설로 이송되면서 수술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관리 부실도 제기됐다.

한쪽 눈을 잃고 다른 눈도 심각한 녹내장을 앓고 있는 구금자는 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두 차례 안약이 필요했지만 약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 날이 반복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언젠가 눈을 떴을 때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될까 두렵다”고 법원 서류에 적었다.

심지어 법원 명령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한 연방 판사는 전립선암 의심 증상을 보이는 구금자를 전문의에게 보내라고 명령했지만 실제 진료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측은 이후 “내부 일정 관리 오류”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중에 가족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 마수마 칸은 정기적인 ICE 출석 과정에서 체포돼 한 달 동안 구금됐다. 딸은 어머니가 고혈압, 갑상선 질환, 당뇨 전단계 치료약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석방 이후에도 다시 체포될까 두려워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 중 하나는 심장 수술을 받은 루마니아 출신 남성이다.

그는 심장 우회수술 이후 매일 16종류의 약을 복용해야 했지만 구금 중 여러 차례 약을 지급받지 못했다. 결국 세 차례 입원했고, 지난해 8월에는 딸과 화상 통화를 하던 중 뇌졸중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으며 이후 연방 판사의 명령으로 석방됐다.

현재 많은 가족들은 구금시설에 있는 친척이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플로리다의 한 시설에 수감된 쿠바 출신 남성의 아내는 매일 아침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약을 받았느냐”고 묻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남편은 고혈압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지만 종종 약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중증 질환을 가진 이민자들이 인도주의적 사유로 석방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강경한 구금 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까지 장기간 구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의 대규모 이민자 단속 확대 속에서 구금시설 의료 체계가 수용 인원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워싱턴 프레스 김 훈 기자